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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20044.jpg전시 타이틀부터 재미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작은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켰다니... ‘어린왕자’ 속 그 이야기일까? 남다른 상상력으로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여온 박희섭 변웅필 장형선, 세명의 작가가 지난 9일부터 서울 삼청동의 리씨갤러리(대표 이영희)에서 이같은 타이틀 아래 합동전을 열고 있다.

 

리씨갤러리가 새해들어 처음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서로 다른 평면작업을 해온 유망작가의 신작이 한데 모였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도전을 즐기는 작가들이 초대됐다.

 

세명의 작가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각자 성격이 다른 평면작품을 내놓았다. 이들 3인의 작업은 자연, 또는 그 속의 인간을 다루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또 평면작업이지만 지금까지 많이 보아온 방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기법과 조형언어로 작업한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박희섭 작가는 천연재료에서 직접 추출하고 물들인 한지에 전통공예의 소재인 자개를 이용해 대자연을 형상화했다. 그가 그린 소나무 숲 풍경은 실제 우리 몸의 대들보인 척추와, 그것에서 뻗어나온 크고 작은 신경줄기 형상이다. 물과 별, 나무 등 자연으로 대변되는 대우주(Marcro cosmos)의 한 부분과 우리 신체 속 소우주(Micro cosmos)는 어찌보면 지극히 닮은 모습임을 작가는 예리한 눈으로 포착하고 있다.

 

변웅필 작가는 독특한 자화상 시리즈로 이미 입지를 다진 화가. 옷은 물론, 머리카락과 눈썹까지 모두 배제시킨 자화상은 관람자로 하여금 ‘당신의 진짜배기 정체성은 무엇인가’하고 거침없이 질문한다. 지금까지의 초상화들이 의상, 헤어스타일, 인물의 배경 등을 통해 개인의 신분이나 직업, 학력, 재력, 삶에서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까지 설명했다면 변웅필의 자화상은 인간을 덧쌓고 있던 장치들을 모두 벗겨냄으로써 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 모습은 남성, 여성조차 구분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름다움을 위한 어떠한 치장도 하지 않음으로써 ‘편견을 허용하지 않는 세상’을 당당하게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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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가인 장형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된 관계와 그것이 야기하는 충돌을 만화적 형식과 이미지를 차용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사건과 사태가 터지지만 작가가 그린 창 너머의 가상공간처럼 현대인들은 그저 무덤덤하게 여기고 있음을 재기발랄한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팝콘이 튀듯 톡톡 튀는 듯한 구성과 위트있는 표현은 현대의 가뿐한 삶을 압축적으로, 그러면서도 경쾌하게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세명의 작가가 일상에서 느끼고 관찰한 것을 숙련되고 절제된 형식으로 드러낸 작품을 통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발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감추어진 것과 드러난 것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을 듯하다.

전시는 1월25일까지. 02)3210-0467

 

<사진설명=위로부터 박희섭 作 ‘풍경, 붉그스름하다’. 89x145cm,한지에 안료와 자개(2007).

변웅필 作 ‘한사람으로서의 자화상-53’. 130cmx150cm,유화(2007).

장형선 作 ‘Crazy cloud’. 109x91.5cm, mixed mediu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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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