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ortsworldi.segye.com/content/html/2009/04/05/20090405003059.html

 

 

 

20090406000003_0.jpg

 

사슴과 여인이 결합된 숲의 요정 가족과 사슴의 뿔이 달린 소년을 모티브로 한 극사실적 조각작품(폴리에스터 레신, 실리콘, 오일컬러 등). 반인반수의 사슴여인이 뿔을 꺾어버린 소년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화적 상상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강민영 기자

 

 

20090405000855_0.jpg

소년과 뿔을 소재로 한 ‘breik’. 폴리에스터 레신, 실리콘, 머리카락에 오일 컬러 등.

갤러리현대강남 제공


▲김현수 ‘Breik’전, 극사실 인체조각… 현실이 된 판타지

 

신사동 현대갤러리강남 3층 전시실. 석기시대 복장을 한 한 소년과 반인반수 사슴인간(숲의 요정)이 넓은 전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이 소년은 머리에 난 뿔을 이미 꺾어버렸다. 소년이 서 있는 자리엔 피가 흥건하다. 소년은 비록 원시인의 옷을 입고 있지만 얼굴만큼은 탤런트 구혜선의 옆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피부도 뽀얗다.

 

소년은 어른이 되면 살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뿔로 싸워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을 거부한다. 그래서 성장의 상징인 뿔을 꺾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성장을 부정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반인반수 숲의 요정. 얼굴과 다리는 사슴이고 몸통은 가냘픈 여인의 것이다. 숲의 요정 사슴여인의 시선은 미소년에 꽂혀있다. 그녀는 “왜 그러니. 아프겠다.”하며 안타까워하고 사슴여인의 새끼는 “엄마가 왜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라며 엄마를 쳐다본다.


조각가 김현수가 잠자리 날개를 단 청년 조각과 나란히 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의 얼굴과 벌거벗은 몸을 축소해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어렸을 때 날고싶어했던 욕망을 갖고 있었다며 지금에 와서 그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작가적 자유와 유희의 결과물이다. 

 

20090406000005_0.jpg신화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이 성장서사 작품은 극사실적 인체 조각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현수(33)의 신작이다.

 

“나는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경험, 기억, 꿈 중에서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대상들을 가시화해 판타지 세계로부터 현실공간으로 그들을 불러냅니다.”

 

전시에는 인어 가족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과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인체조각 작품, 그리고 드로잉 등 2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인어 가족 조각은 푸른 실핏줄과 살아있는 듯한 눈동자, 실제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심어 사실성과 신비감을 더해준다.

 

 

 

 

 

 

 

20090405000862_0.jpg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린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캔버스에 유채. 

갤러리현대강남 제공

 

▲변웅필 자화상전, 다양한 일그러짐… 다채로운 느낌

 

변웅필(39)은 자신의 다양한 일그러진 얼굴을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같은 표정의 얼굴 모습을 두 가지 버전으로 표현한 게 특징이다.

 

2층 전시장 넓은 곳엔 180×150㎝ 크기의 얼굴 그림 16개가 걸려있다. 다른 공간엔 같은 표정을 4분의 1크기로 그린 작품 16개가 똑같이 전시돼 있다. 그래서 전시 타이틀도 ‘한사람으로서의 자화상 1과 1/4’이다.

 

다섯손가락으로 얼굴을 밀어올린 표정이 자기만치 16장면이다. 머리카락도 눈썹도 없다. 안면만 남겨놓은 ‘민자 얼굴’들이다. 일그러진 입술, 감긴 눈 등 망가진 얼굴 천지다. 그것도 같은 표정이 그대로 축소돼 한 공간에서 전시되다니 참신하다. 오로지 한 작품에만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는 회화판에 대한 도전장이다.


자화상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변웅필 작가. 그는 차별과 경계를 허물기 위해 '민자얼굴'에 천착하고 있다. 

 

20090406000004_0.jpg“같은 이미지를 작게 그린다고 해서 회화의 아우라를 잃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섰죠.”

 

독일 유학시절인 2002년부터 자화상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한다. 셀프카메라 모드로 자신의 얼굴을 찍어 그 이미지를 그린다.

 

“외국에 살면서 다양한 차별을 경험했죠. 머리카락 색깔, 눈동자 색깔, 피부색, 신분을 상징하는 옷 등 차별 말이에요. 나의 정체성에 물음을 던진 후 자화상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그후 얼굴을 찌그려서 그리는 게 저의 아이콘이 돼 버렸습니다.”

 

32점의 유화는 수평의 반복된 붓 터치로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의 반짝임이 달라져 보인다.

 

한편 두 사람의 전시는 신사동 갤러리현대강남에서 4월26일까지 열린다. 김현수전은 이미 지난 2일 개막했고 변웅필전은 7일 오픈한다. (02)519-0800

스포츠월드 강민영 전문기자 mykang@sportsworldi.com

사진제공=갤러리현대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