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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R20100303172600005_00_i.jpg문학작가와 미술작가 협업 전시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전시가 최근 잇따라 열리고 있다.

 

지난 2월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소설가 박범신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설치미술가 안종연이 만든 작품으로 꾸민 '시간의 주름'전이 열렸다.

 

안종연은 박범신의 소설 '시간의 주름'을 모티브로 삼아 '생성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와 시간의 흐름'이라는 소설의 주제 의식을 평면과 영상, 설치 작업으로 형상화했다.

 

앞서 갤러리 서림은 지난 연말 시인 박재삼(1933~1997)의 시를 테마로 박항률과 박철, 민경갑, 전준엽, 이두식 등 화가 12명이 서정시를 동양화와 서양화로 해석한 작업들을 모아 '시가 있는 그림'전을 열기도 했다.

 

5일부터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그림에도 불구하고'전 역시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표방한 전시다.

 

비슷한 전시들이 문학작품이나 미술작품 중 어느 한 쪽을 기준으로 다른 장르가 이를 해석하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비해 이번 전시는 화가와 문인이 서로의 작품을 재해석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는 식으로 꾸며졌다.

 

문인들은 화가의 그림을 보고 기존 미술비평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들의 방식으로 그림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했고 화가들은 기존에 작업했던 작품 외에 문인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한 점씩을 따로 작업했다.

 

눈썹이나 머리카락 등 털이 하나도 없는 자신의 자화상을 화면 가득 그리는 변웅필은 도발적인 감성을 선보여온 시인 김민정과 짝을 이뤘다.

변웅필은 시인의 시집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를 읽고 떠오른 느낌을 살려 분홍색을 배경으로 트럼프 카드 중 하트 6과 하트 9 카드를 든 인물의 모습을 그렸고, 시인은 작가를 '변'이란 이름으로 부르며 콩트 같기도 하고 때로는 시 같기도 한 '변의 이야기'를 썼다.

 

물감을 주사기로 쏘아 그림을 그리는 윤종석은 시인 이원과 짝을 이뤘고 '향불화가' 이길우는 소설가 김태용과 팀을 이뤘다. 또 사진 속 도시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조합해 형상화하는 정재호는 소설가 백가흠과 어린 아이의 모습을 소재로 작업하는 이상선은 시인 신용목과 각각 파트너가 됐다.

 

참여문인들의 작품을 읽어본 관객이라면 화가들의 여러 그림 중 어떤 그림이 문학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인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전시의 성격은 함께 나온 같은 제목의 책에서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문인들이 작품을 보고 쓴 글들과 화가들의 그림, 그리고 서로의 대화 내용을 묶은 책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전시는 4월1일까지. ☎02-3479-0114.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