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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 ‘카페 소사이어티’展
문화예술적 맥락 속 카페 조명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다. 한국 성인 1명이 1년 동안 마시는 커피가 평균 288잔이라는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명제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거나 만남을 위한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느덧 이곳은 도서관이자 사무실, 스터디 공간이자 사랑방, 미술관 그리고 누군가에겐 자신만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 월세방에 살아도 5000원 상당의 커피를 마시며 그곳에서 공부하고, 놀고,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젊은 세대를 ‘허영’에 빠졌다고 욕할게 아니다. 젊은이들이 집이 아닌 카페라는 공간에서 놀고, 공부하고, 교류하고, 창작한 건 커피가 한국에 정착한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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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아이들과 비둘기, 연도미상, 은지에새김, 유채 10×15.5cm [사진제공=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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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캣, Today_s paper cup, 2007-2011, pen on paper cup, 가변설치 [사진제공=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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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한, Night Mute s_1, 2015, digital print, 45×90cm. [사진제공=서울미술관]

 

카페를 문화예술적 맥락에서 조명한 전시가 열린다. 서울미술관은 4월 1일부터 6월 18일까지 기획전 ‘카페 소사이어티 (Cafe Society)’를 개최한다. 국내외 작가 28명이 청춘의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 희망, 짐, 외로움을 ‘카페’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설치와 회화 등 80여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낭만다방, 스윗블라섬, 콜드브루, 다크로스팅, 카페 소사이어티 등 5개 섹션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만나는 낭만다방에선 전쟁 직후 나라의 혼잡함 속에서도 예술을 그려왔던 1950년대 다방을 불러냈다. 유영국, 김중현, 임직순, 박수근, 도상봉, 이중섭, 천경자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당시 명동의 한 다방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전시장엔 가난했던 시절 종이를 구하지 못해 담배값을 포장했던 은색종이에 못으로 그림을 그렸던 이중섭 화백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런가하면 천경자의 ‘서사모아 아피아시 호텔에서’는 이른바 ‘신여성’이었던 작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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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데 로스 무로스(Daniel de los Muros), La sombra y el sombrero, 2014, photography on matte paper YLM Perla, 29.5×44.5cm [사진제공=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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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웅필, 한사람으로서의 자화상 69, 2008, oil on canvas, 180×150cm [사진제공=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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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소사이어티 설치전경 [사진제공=서울미술관]

 

이후 스윗블라섬, 콜드브루, 다크로스팅에선 현시대 청춘의 이중적 면모속에 숨은 진짜 이야기를 찾아본다. ‘귀차니즘’이란 단어를 처음 만든 ‘스노우 캣’ 권윤주 작가를 비롯, SNS에서 더 유명한 개 ‘부르마’를 찍는 스페인 사진작가 다니엘 데 로스 무로스, 얼굴을 손으로 가린채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변웅필 작가의 작품은 이미지로서 청춘이 아닌 현실의 청춘을 전시장으로 소환한다.

 

전시는 카페 소사이어티로 절정을 이룬다. 예술가들을 포용하는 둥지로 자리잡은 서울시내 대표 갤러리형 카페 35곳을 정리했다. 담담한 인포그래픽이나, 현시대 카페의 문화예술적 역할을 돌아보는 자리다. 생소한 이름도, 익숙한 이름도 존재한다. 익숙한이름 앞에선 카페 한 켠을 차지했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한다. 전시기간엔 부암동 인근 카페들과 ‘부암동 카페소사이어티’를 이루며 음료 할인과 미술전시 관람 할인등 이벤트도 열린다.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