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이미지 : 거울시선>展은 거울을 통한 전통적인 방식으로부터 사진술, 매체의 발달과 함께 변화되어 온 자화상의 다양한 양상과 의미를 고찰하는 전시이다. 원본을 모방하면서도 새로운 세계를 유추시키며 외면 뿐 아니라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을 모티브로 미술가와 그의 자아, 그리고 자아가 표현된 작품들의 관계와 의미를 조명한다.

우리가 어떤 존재, 양상을 비추어볼 때 무엇의 ‘거울 이미지’라 칭하곤 한다. 대상을 그대로 비추면서도 거꾸로 보여주는 거울 이미지의 양면성 안에서 대상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캉에 따르면 거울은 하나의 주체로서의 자기를 처음으로 깨닫게 하는 대상이며, 한때 인간을 ‘호모 스페쿨룸’으로 부르던 시기가 있었는데 스페쿨룸(speculum)은 라틴어로 ‘거울’이라는 뜻으로 스페쿨레이션(speculation:사색)의 어원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미지를 그대로 비춤과 동시에 내면적인 모습까지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라는 존재는 작가의 내면적 성찰이 드러나는 자화상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자화상(self-portrait)은 화가가 '자신(self)'을 재현의 대상으로 삼아 '그리는(portray)' 초상화의 한 장르이다. 'portray'는 '발견하다', '끄집어내다' 라는 뜻의 라틴어 'protrahere'에 어원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화상은 자신의 초상을 그리는 것을 넘어 또 하나의 자신을 발견하고 내적인 자신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화상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심리상태와 자기애, 자기 과시, 자기 확인, 자기 연민 등의 다양한 내적 인식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세계를 바라보는 각자의 태도를 작품으로 풀어내는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과 고민은 중요한 명제일 수밖에 없다. 작가의 내면적 본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작품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로서의 사유 대상인 것이다. 그것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다고 볼 수 있는 자화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주제와 기법으로 꾸준히 연구되어 왔다. 화가가 자신의 모습을 작품으로 그려 인정받게 된 것은 서명(signature)과 작가의 개념이 생겨난 르네상스에 이르러서이다. 전통적인 자화상은 거울에 비친 화가의 얼굴을 재현한 것이었고, 사진술의 발명 이후로는 순간포착을 통한 새로운 자아 이미지의 묘사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현 시대에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에 따라, 타자나 삼각대에 의한 포착을 넘어 자신의 시선 앞에 스스로가 자유로운 객체로 기능하면서 한 차원 다른 느낌의 자아가 포착, 표현되게 되었다. 나아가 매체의 발달로 타 존재와의 합성, 또는 변장을 통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창조하기에 이르렀으며, 또한 일부의 작가들은 본인과는 전혀 다른 객체에 자신을 이입하여 각자의 심리상태를 상징화하기도 한다.

근대 이후 우리 미술가들의 자화상 작업의 양상,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의미들을 조망하는 본 전시는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 이미지로서의 자화상 작품들을 모은 <얼굴에 담긴 소우주>, 거울의 또 다른 특성인 왜곡과 굴절이 반영된 일종의 ‘가면 이미지’로 해석되는 작품들로 구성된 <내면의 거울, 가면 이미지>의 두 섹션으로 나누어 전시된다. 미술가들에게 ‘자아’라는 대상은 어떠한 존재이며, 어떤 영감을 주고, 혹은 어떠한 영감으로부터 자화상이 제작되는가, 작품 안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이해되고 있는가를 근대 이후로부터 동시대 미술가들까지의 작품에 걸쳐 폭넓게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이를 통해 현대미술에서 작품의 소재로서의 ‘작가 자신’의 의미를 되묻고, 작가 정체성 표출의 다양한 변화 양상을 고찰하며 우리 시대 작가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을 사색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 출품 작가 : 고희동, 서동진, 김인승, 이인성, 이쾌대, 김환기, 김종영, 이중섭, 이 준, 권옥연, 천경자, 하인두, 송영방, 최욱경, 김홍주, 황주리, 권여현, 김승영, 유근택, 변웅필, 최지만, 이소연, 천성명, 박형근, 이 훈, 김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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