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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이재훈·손정빈 기자 = '블랙리스트'로 빛바래고 허울뿐이었던 이전 정부의 '문화융성'과 달리, 문화계는 '문재인 시대'에 '진짜 문화 융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돌발로 치러진 탓에 뚜렷한 문화 정책이 보이지 않지만,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 정책에 환영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자행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규정한 만큼, 표현과 예술의 자유와 다양성 확보등 공정한 문화생태계 조성을 전망하고 있다. 문화 예술인들은 '베테랑' 영화 대사처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분위기다.

 

 "저성장, 인구절벽시대에 문화를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수용하고 즐기고 사용할 문화소비자, 즉 국민들이 문화를 스스로 지원 육성하는 다양한 문화가 꽃피울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미술비평가 정준모)

 

  이번 정부에서는 문화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게 한목소리다. 스타 예능 PD 출신이자 문화전문가로 통하는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최근 국정 농단 사태는 문화를 만만하게 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철환 대표는 백범 김구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인용,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바람, 꽃향기처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이번 대선에서 문화 공약 관련해서는 블랙리스트 말고는 이슈가 된 것이 없다며 앞으로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정책은 문화에 대한 개념과 원칙 그리고 문화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하고 정책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이전 정부들처럼 개혁이나 혁신이 수단이 되어야하는데 목표가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바람이다.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문재인 시대'에 문화예술계가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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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계 "블랙리스트 철저 조사해야"

 

  공연계에서 새정부에게 가장 먼저 바라는 건 블랙리스트 관련 철저한 조사다.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의 왜곡된 문화정책을 선명하게 드러낸 폐단이었다. 문 대통령이 슬로건으로 내건 '적폐 청산'의 문화 분야 핵심 역시 블랙리스트 청산이다. 

 

 블랙리스트 몸통으로 의심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계는 앞으로도 관련자를 철저하게 조사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블랙리스트를 실행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파행된 것"이라며 "민간 위원이 포함된 위원회를 통해 철저하게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원사업의 뿌리인 문화예술진흥기금(문예기금)의 확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3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등의 입장료에 일정액을 부과하던 기금 모금 방식이 위헌 판결을 받은 뒤 2004년 5273억원에 달하던 문예기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관광개발진흥기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출연을 가능토록 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따로 안정적인 국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중론이다. 문 대통령 역시 국고 지원을 포함한 재원 마련을 공약했다.

 공연계는 이와 동시에 문화예술 지원기관의 독립성, 투명성, 공정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문예진흥기금의 재원 확충을 위해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정권의 성향에 의해 지원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기조인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해달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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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계에서 산업적인 화두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다. 공연관련 기관, 판매대행사 등에 분산돼 있는 공연티켓 예매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공연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산업적 발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작됐다.

 

 시범운영(2014년)을 거쳐 2015년 4월부터 국공립 공연단체와 공공티켓 판매 대행사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연티켓 온라인시장이 총 3633억(콘서트 제외)일 경우, 월 평균 300억을 수집해야 데이터 수집비율이 100% 다. 현재 KOPIS는 월 평균 약 100억을 수집, 비율은 33% 정도다. 전체 공연티켓 온라인 시장의 규모는 시장 점율율 70%에 육박하는 인터파크 공연티켓 결산 자료를 기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담당 기관인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시장은 성장 추세에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해 민간 투자 활성화 및 시장 확대 장애가 되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산업통계 제공으로 지원정책 수립 및 투자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술계 "현 미술진흥정책 구시대적...대통령직속 시각예술진흥위 신설해야"

 

 미술계는 한국 미술문화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명예회장은 "시각예술이 한 나라의 문화적 품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는데도 정작 미술진흥정책을 총괄 집행하는 행정시스템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국 시각예술디자인과에서 미술관, 미술시장, 공공미술, 공예,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진흥정책을 담당하고 있지만 시각예술문화를 발전시키는 거시적이고 역동적인 미술진흥정책 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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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옥 회장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도서관정보위원회,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미술 창작과 보급, 공공미술 진흥사업을 추진하는 대통령 직속 시각예술진흥위원회 신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술진흥정책이 행정이 구시대의 권위적인 문화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붉은 산수'로 유명한 이세현 작가는 "미술진흥법등이 일부 전문 행정꾼 같은 미술인에게만 주어지고 다수의 미술가들의 복지나 창의적 활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정부는 다수의 미술인들이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할수 있도록 시대에 맞는 미술정책을 세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 문화예술정책은 '그럴싸한 단들만 나열해 놓았을 뿐 실질적인 변화의 형태나 방향은 찾아보기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한사람으로서의 자화상' 화가 변웅필은 "기성 작가들에게는 철저한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검열에 의해 작품이 철거되는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무엇보다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위해 지자체 단위로 저렴한 작업실 임대사업이 실시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보였다. "수입이 불안전한 작가들에게 안정된 작업환경을 지원하여 1, 2년마다 작업실을 옮겨다니다 결국 작업을 포기하고 마는 작가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미술 교육에 대해서도 짚었다. "청소년 교육과정에 미술 체험과 관람 수업 의무화와 미술대학내 평가제도(성적 평가, 취업률에 따른 지원 반영등)가 폐지되고 학기제가 유연화되었으면 한다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현 8학기 수업과정을 마치고 나면 작가로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때문이라는 것. "가정이 부유한 소수 학생만이 대학원이나 유학, 개인 작업실을 통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수혜가 가능한,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버텨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화 예술종사자의 복시후생 개선도 시급하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예술계 종사자의 대부분은 '무직'으로 분류되어 금융 및 기타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신원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경우처럼, 본인의 예술활동 실적을 증명한다면, 예술인을 위한 특별 복지혜택을 폭넓게 받게 할수 있다. 더 확대하자면, 국가대 국가가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한국의 예술가들이 해당 국가에 진출할 경우 동등하게 예술인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문화예술인 지원 협약'을 맺는 방안을 들었다.

 

 정준모 미술비평가는 "시설이나 건물이 아닌, 사실 미술문화 하드웨어는 이제 충분하다"며 "컨텐츠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는 컨텐츠인데 이것을 도외시하고 토목공사형, 무조건 지원하면 좋은 예술이 나오고 육성된다는 낡은 생각에서 이제는 빠져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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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영화계 "자유로운 창작 분위기 형성돼야"

 

 대중 문화인들이 새 정부에 가장 바라는 건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분위기다. 지난 정권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상영작 선정 문제를 놓고 정부와 충돌하며 끊임없이 압박받았고, 급기야 주요 영화인들이 행사 참석을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정부의 문화 지원 사업은 매번 공정성 시비에 시달렸고, TV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정권 눈치를 보며 사라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문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소통"이라며 "사회가 모든 방향에서 열려있고, 어떤 이야기도 담을 수 있을 때 더 나은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대중 문화를 잘 들여다보면 국민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예민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PD 역시 "창작자들이 자기 일을 할 수 있게 내버려두기만 해도 이전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은 문화계가 자기 검열을 하는 상황"이라며 "새 정권은 듣고싶은 것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 지난 정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인들은 전문가가 문화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문화인들과 문화계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 리더가 돼야 정책 집행자와 예술인들이 신뢰 분위기가 형성되고 더 나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용 영화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 사업이 지난 정권 내내 공정성 시비에 시달린 건 그들을 믿을 수가 없어서였다. 각 종 단체장들이 전문성이 아닌 인맥을 통해 내려오다보니 문화에 대한 이해도 없고, 정권에 발맞추기 바빴던 거다. 새 정부는 단순히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인물이 아닌 문화 전문가를 내세워 문화 정책을 이끌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 분야에서도 정부 역할은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각종 문화 정책이 일관성 있게 진행될 때 예술인들도 안정감을 갖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지난 정권에서 일어났던 일이 이번 정권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고 말한 것처럼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를 완전히 배제하는 식의 사고만 없다면, 문화계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hyun·realpaper7·j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