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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코로나 펜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특별할 것 없는 그날그날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시간이기도 한데요.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우리 자신을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는 자화상 같은 그림들이 전시됐습니다. 김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그림 속에서 웃고 있는 얼굴.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미소 짓는 표정. 하지만 이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기분인지, 화가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변웅필/화가 : "(이 사람은 지금 웃고 있는 건 맞나요?) 표면적으로 그렇죠. 그런데 내면적으론 모르는 거죠."]


감상하고 해석하는 건 전적으로 관람자의 몫입니다.


얼굴 이목구비를 최소한의 선과 면과 색으로 절제해서 표현한 이유, 독일 유학길에 올라 화가로 활동하기까지 11년을 이방인으로 보낸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변웅필/화가 : "독일 유학 시절의 그런 선입견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됐거든요.


그래서 사람을 그릴 때 이 사람의 성별이나 직업 또는 사회적 신분 같은 것들, 그러니까 누군가를 구별하고 판별하는 또는 차별하는 그런 기준이 되는 요소들을 다 빼는 거죠."]


오랜 고민과 실험 끝에 아무도 아닌, 그래서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얼굴에 웃는 표정을 담았습니다.


[변웅필/화가 : "어떤 특별한 사람, 연예인이나 무슨 뭐 그런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고 가장 보편적인 사람을 좀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미소 짓는 얼굴이었습니다."]


보기엔 쉬운 그림일지 몰라도 가장 좋은 재료를 찾는 일부터 캔버스를 짜고,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한 땀 한 땀 모든 정성을 쏟아붓습니다.


그런 장인 정신이 대중과 소통하는 가장 정직한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변웅필/화가 : "정말 행복이 전 딴 게 아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가 행복하다고 봐요. 거기서 아주 작은 미소 하나가 굉장히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게 팬데믹을 이기는 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 자신의 모습을 자화상처럼 마주하게 하는 그림 70점이 관람객을 기다립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KBS 2021.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