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웅필 – 회화는 세련된 감각의 결정체다.  

 

글_이동섭(예술인문학자)

 

 

화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양미술사를 정리한다. 20세기 후반부를 대표하는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말처럼, 화가는 작품으로 이전 시대의 흔적과 영향의 바탕을 극복하고 동시대 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풀어놓아야 한다. 과거에 발목잡히거나 동시대와 조응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유행에 휩쓸려서는 미술애호가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요즘 애호가들은 유명 철학자나 이름난 비평가가 칭찬한다고 자신의 취향을 꺽고 좋은 작품이라며 콜렉팅하지 않는다. 물론 너나없이 그림을 사야한다며 국내외 아트페어가 북적이고, 뒤늦게 미술시장에 발을 디딘 초보 콜렉터들은 ‘삼성전자나 테슬라 주식같은 작품’이 뭐냐며 이리저리 묻고 다닌다. 이럴 때일수록 20여년 이상 자신의 작품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해내가는 작가들을 진지하게 탐구해야 한다. 변웅필이 그러하다.  

 

 

 

+1 : 변웅필, <SOMEONE> 아트파리 출품작 
아트파리를 사로잡은 변웅필의 색채

 

2021년 9월 파리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트파리Art Paris를 둘러본 프랑스 대표 예술잡지 보자르 Beaux Arts는 “섬세한 선들이 빚어내는 색채들의 편편한 표면의 매력”에 사로잡혀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변웅필의 <SOMEONE> (변웅필은 작품명과 연작명, 이번 전시제목도 의도적으로 같이 부른다.)을 극찬했다. <SOMEONE>은 민트색 바탕에 성별과 나이, 인종이 불분명한 두 사람이 하얀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리고 서로를 껴안은 채 비스듬히 누워있다.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울한 현재를 은유하는 듯, 전염을 피하기 위해서는 상대와 떨어져야 하지만,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뜻하는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얼굴과 몸을 꼭 밀착시킨 모습에 뭉클해진다. 전염병으로 얼어붙은 현재를 상징하는 듯한 차가운 배경색이 저들을 위협하지만, 그들은 몸을 포개어 체온을 나누며 꿋꿋하게 지금을 통과하고 있다. 사랑은 두려움을 녹이는 힘이다. 이런 해석과 창작자의 의도가 어긋날 수도 있지만, 변웅필은 섬세한 선과 세련된 색감으로 최소한을 보여주며 최대한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몇 년전부터 추상(단색)화가 대세다. 복잡하고 우울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이 단순하고 정갈한 색에 가닿고, 일체의 소음이 제거된 듯한 평온한 추상의 이미지에 편안하고 포근하게 젖어들기 쉽기 때문이다. 한동안 이런 경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변웅필의 최근작들은 이런 경향과도 맥이 닿는다.  
 


+2 변웅필: <Selfportrait as someone>
자화상도 초상화도 아닌 그것  

 

동국대 서양화과를 거쳐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후, 서울로 돌아온 변웅필은 자화상 시리즈로 이름을 얻었다. 민머리를 한 자신의 얼굴을 짓궂은 놀이를 즐기듯 이리저리 기묘하게 일그러트리고, 풍선껌을 불거나, 사과나 복숭아, 꽃과 이파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으로 그렸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아니 보고 또 봐도 도무지 자화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무릇 자화상은 화가의 본질이 드러나야 하는데, 아시아 남자라는 특징만 제외하고 도무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이미지 그 자체로는 섬뜩할 만큼 충격적인데, 우리의 시선은 이미지의 속살로 파고들어가지 못한 채 표면을 배회할 뿐이다. <Selfportrait as someone> 이라는 제목을 확인하면 그 어긋남이 이해된다. 자화상은 화가가 모델이고, 모델이 화가다. 그리는 나와 그려지는 내가 같은 사람이나, 변웅필은 ‘내가 나를 그렸으나, 그림 속 나는 내가 아니다’라는 관점을 견지한다. 거울에 비친 혹은 사진으로 찍은 내 얼굴에서 출발했으나, 그림 속의 저 남자는 길거리의, 인터넷의 누군가의 일반 명사로서 한 사람일 뿐이다. 따라서 빈센트 반고흐의 자화상을 보듯이, 변웅필의 자화상을 봐서는 안된다. 이것은 자화상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다. 이런 특징은 자화상에서 변화된 <SOMEONE> 연작에서는 더욱 강화된다. 이번에는 사람의 형체와 이목구비를 최소한의 선으로만 표현한다. 눈과 입의 선들로 만든 표정으로 인물의 기분과 성별 정도는 짐작가능하나, 혼자 혹은 두 명의 사람이 머리를 만지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의 동작을 취하고 있지만, 저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파악하기 불가능하다. <보자르>의 평가처럼, 성별과 인종, 나이가 전혀 가늠되지 않는다. 그러니 변웅필의 <SOMEONE>의 사람은 아무도 아니니, 모두가 될 수 있다. 최소한을 표현하여 최대한을 품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추상화인가? 초상적 추상화인가? 추상적 초상화인가? 아니다. 이것은 정물화다.  
 


+3 : 모란디 
+4 : 마티스 
마티스와 모란디, 그리고 변웅필 

 

이탈리아 현대화가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의 정물화가 초상화로 읽히듯, 영국 낭만주의의 대가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의 풍경화를 자화상으로 봐야하듯, 근대 회화의 시작을 연 에두아르 마네Edouart Manet의 그림은 결국 정물화이듯, 변웅필의 자화상과 초상화도 정물화다. 다만 차이가 있다. 과거의 정물화가 화병과 꽃, 과일과 식물 등을 통해 자연을 묘사하거나 도덕적 메시지를 은유했다면, 변웅필은 사람을 소재로 빛과 색의 본질적인 감각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게 인물은 색을 칠할 수 있는 공간과 면적이고, 작가가 직접 조합해낸 독창적인 색들로 그곳을 아주 섬세한 붓질로 채워 그만의 세련된 감각을 구축해낸다. 감각의 세련미는 디테일을 켜켜이 쌓아야 완성된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차이라도 작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것이 된다. 변웅필은 완성작의 표면의 매끈함을 위해 가로로만 붓질을 하고, 수없이 많은 물감들을 실험하여 자신이 원하는 색을 찾아낸다. 혼합색으로 그리는 자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브랜드의 물감을 사용할 경우 빚어지는 여러 차이(다른 질감과 마르는 시간 등)까지도 그림의 완성도와 관계된다. 이런 섬세함들이 쌓여서 그의 그림은 멀리서 볼 때는 표면이 편편하고 매끄러우나, 가까이 다가서면 한지의 질감이 도드라진다. 

 

“가시적 세계에서 내가 유일하게 흥미를 느끼는 것은 공간, 빛, 색, 형태이다.” 
_ 조르조 모란디

 

“형태를 그리기 위해 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그리기 위해 형태를 사용한다. 그것이 회화다.”
_변웅필

 

모란디의 말을 지팡이삼으면 변웅필의 말은 쉽게 이해된다. 그는 사람 그 자체에 의미를 싣지 않고 캔버스의 공간과 형태를 찾아서 빛과 색으로 표현한다. 이런 면에서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가 자유로운 형태로 오려낸 종이에 색을 칠하여 이어붙인 종이오려붙이기 (Papier découpé) 시리즈와도 연결된다. 그림에 사건과 이야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단순한 색과 형태로 사람들이 직접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조형미를 구축해낸다는 측면에서 세 작가의 작품은 같다. 공교롭게도 모란디와 마티스는 어떤 미술사적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기의 내면에 집중하여 고유한 회화 세계를 구축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미술사를 정리했다. 변웅필의 작품은 구상화처럼 보이는 표면을 통과하면, (단색)추상화처럼 때로는 마음을 따스하게 받아내는, 때로는 시선을 정화시키는 속살을 만난다. 물론 <SOMEONE>처럼,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림의 내용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즐거움과 색채들로 빚어내는 감각의 즐거움을 모두 경험할 수도 있다. 물론 그의 작업실에서 미리 엿본 풍경화들도, 풍경을 소재삼은 정물화였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전시 <SOMEONE>에 출품된 변웅필의 70점을 꼼꼼히 음미하시길 권한다. 

 

 

변웅필 회화의 목적지 
이처럼 장르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회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충실한 창작자는 기존의 경계를 통과해 새로운 영토에 도착한다. 변웅필의 목적지는 선과 색으로 구축한 세련된 감각의 결정체로서 그림이고, 그 경유지로 인물과 풍경을 거쳐갔다. 그의 회화의 목적지와 도착지가 일치하지 않는(못한) 탐색의 시기도 있었으나,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그의 작품들이 목적지에 잘 도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릇 여행은 도착지에서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것이듯, 그의 그림의 다음 도착지가 몹시 기대되는 이유다. 
 

 

 

Ung-Pil Byen – A painting is the Ultimate Outcome of the Sophisticated Senses.

(By Dong-sub Lee, Art and Humanities scholar)


An artist puts together the history of Western art in his/her own manner. As the words of Jill Deleuze - a representative philosopher of the late 20th century – an artist must create works to overcome the traces and influences of the previous era and unravel the present and future of the current art. Should he be caught up in the past, unable to keep up with the present, or even swayed by temporary trends, his works cannot capture the hearts of art lovers. Just because some famous philosopher or a renowned critic has given a praise, art collectors these days do not go against their personal taste to include it in their archive. Indeed, Art Fairs are bustling with people who are competitively purchasing paintings and going around asking, “Which piece is worth investing, like, you know, the stock of Samsung Electronics or Tesla?” However, in such time as now, it is imperative to thoroughly explore artists who have been building his/her own world of creation, say for over 20 years. And that is where Ung-Pil Byen comes in.

 

 

Colors that captivated Art Paris
After viewing Art Paris held in September of 2021, Beaux Arts - France's leading art magazine – printed a rave review on Byen’s <SOMEONE> to be “deeply moving through charming flat surface composed of colors by delicate lines.” (The artist deliberately names an artwork, its series, and exhibition all in the same title.) On mint-colored background, two figures of unrecognizable gender, age and race are embracing each other while lying down obliquely with masks on as if symbolizing the grim present situation under COVID-19. The two must keep distance from one another to avoid infection, however with the hair-color being orange to show affection for one another, the image of their faces and bodies touching is profoundly moving. Although the cold background color reflecting the frigid pandemic circumstance is threatening, the two figures are boldly going through hardship together as they share the warmth of each other’s body. Love is the power that melts fear. Such interpretation may not exactly align with the artist’s intentions, but still Byen’s exquisite lines and refined colors bring out the maximal emotions with minimal depiction.
Abstract painting (Dansaekhwa) has been the trend for some years now, for its serenity devoid of noise in simple and calm color seep into the hearts weary from complicated and gloomy daily life. This trend is expected to last for some time, and Byen’s recent works are in concordance with the movement.

 

 

Not a self-portrait, or even a portrait
After receiving BFA in Fine Arts from Dongguk University of Korea and MFA from Academy of Arts in Muenster of Germany, Ung-Pil Byen returned to Seoul and received acclaim through his self-portrait series. They are strangely distorted – as if playing with it – and bald-headed faces of himself, partly covered with blown gum, apple, peach, flower, leaf, etc. What is intriguing about these paintings is that the more you stare at them, the less they seem like self-portraits. In general, the purpose of a self-portrait is to show the identity of the model, but the person in Byen’s painting is unidentifiable except appearing vaguely to be an Asian male. Such image may be shocking in a frightening manner, but that would be because our gaze only roams the surface without penetrating the flesh of the image. Once you take the title into notice - <Self-portrait as Someone> - you become to understand the discord. In a self-portrait, the artist is the model, and the model is the artist, hence the painting self and the painted self are the same person. However, Byen maintains the view that “Even though I painted myself, the person in the painting isn’t me.” He may have started from his reflection in the mirror or a photograph, but the male figure in the painting is as if just any person on the street or a common noun for someone on the Internet. Therefore, you should not view Ung-Pil Byen’s self-portraits in the same manner as appreciating Vincent van Gogh’s self-portraits; This is something else. Such uniqueness is reinforced in <SOMEONE> series that are altered from self-portraits. This time, the shape and features of figures are expressed only with minimal lines. The person’s mood and gender can be guessed from the facial expressions made in lines, but even with their poses of touching hair or turning heads, it is impossible to identify who they are. As reviewed by <Beaux Arts>, nothing about the figures can be assumed. So, since Byen’s person in <SOMEONE> is no one in particular, it can be anyone. With the minimum, the maximum is embraced. If so, are they abstract paintings? Portrayal abstracts? Abstract portraits? None of the above. They are still-life paintings.
 


Matisse, Morandi, and Byen
Just as the still-life paintings of Giorgio Morandi (1890-1964, Italian Modern artist) are regarded as portraits, the landscapes of William Turner (1775-1851, British Romanticism artist) should be appreciated as self-portraits, and the paintings of Édouard Manet (1832-1883) – the initiator of fine art painting – are still-life, Ung-Pil Byen’s portraits and self-portraits are still-life. There is a difference though; if the still-life paintings of the past were composed of vase, flowers, plant to describe nature and/or to use them as metaphors of ethical messages, Byen’s paintings express the fundamental sense of light and color with people as the subject matter. For him, a personal figure is a space and area to be filled with colors, and with original colors of the artist’s invention, in very fine brushstrokes, his own sophisticated sense is revealed; a refinement which can be achieved only through accumulation of details. Even a slight difference that is unnoticeable to others may be a crucial element to an artist. For the smoothness of the surface in the finished work, Byen paints only horizontally, and finds the color he wants through experimenting with paint countless times. This ordeal may be the fated task to someone who paints with mixed colors, but also the variables that occur when using paints of different brands (differing textures, drying time, etc.) contribute to the completeness of the piece. These subtleties add up and while the surface of the painting may look flat and smooth, the texture of Korean traditional paper becomes prominent up close.

 

“The only interest the visible world awakens in me concerns space, light, color and forms.”
_ Giorgio Morandi

 

“I don’t use lines to draw shapes, I use shapes to draw lines. That is painting.”
_ Ung-Pil Byen

 

With the help of Morandi’s words, Byen’s statement becomes comprehensible. Rather than instilling a meaning on the figure, the artist looks for space and shape in a canvas and expresses with light and color. Such approach connects to the Papier découpé series by Henri Matisse; the free-form cut-outs that are colored and glued together. The works of Morandi, Byen and Matisse are equal for how they exclude the narrative and construct a formative beauty in simple color and shape that leads the viewers to feel and contemplate. Morandi and Matisse has built their own world of painting by focusing on their inner side rather than following a historical trend in art, and interpreted art history in their own ways. As for Ung-Pil Byen, if you look past his seemingly conceptual composition, you will encounter the inner flesh that is heart-warming, and gaze-purifying as abstract paintings (Dansaekhwa) do. Of course, as from <SOMEONE>, you can experience both the joy of freely interpreting the elements on canvas and visual pleasure from colors, regardless of the artist’s intentions. And indeed, the landscape paintings previewed from the artist’s studio were still-life paintings with natural scenery for the subject matter. Conclusively, my recommendation for you, the viewers, is to take time to savor each of the 70 works presented in this exhibition.

 

 

The Destination of Ung-Pil Byen’s Art
Artists who are true to expressing himself through paintings without being bound to genres penetrate the existing barriers and reach a new territory. Ung-Pil Byen’s journey so far has been painting with lines and colors in sophisticated sense, dropping by the phases of portraits and landscapes during the course. There was a time of exploration when the goal and destination of his painting differed, but we the viewers can recognize that his artworks have well arrived at the intended stop. Just as a trip is leaving for a new site from the place of arrival, we cannot help but eagerly await Ung-Pil Byen’s next destination.